미국 Arizona Phoenix에서 개최된 INFORMS 2023 Annual Meeting에 참석했다. 이번 학회 참석은 입학 이후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처음으로 해외 학회에 참석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감회가 남았다. 여행이 아닌 목적으로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내에서부터 설렘보다는 긴장이 더 앞섰다. 처음 Phoenix에 도착했을 때의 건조한 공기와 특유의 탄 냄새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학회 전날인 토요일에는 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신 Kwok Tsui 교수님과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영어가 부족해서 Tsui 교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Tsui 교수님의 지적 호기심과 지적 탐구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오래토록 뜨거운 사람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INFORMS는 Operation Research와 Management Science 분야를 중심으로 다루는 산업공학 분야의주요한 국제 학회이다. 이번 INFORMS 학회에서는 세계 각지의 산업공학 연구자들의 우수한 발표를 직접 청취할 수 있었는데, 이로 인해 학회장에 큰 기대감와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갔다. 학회장 안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전문 지식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 교류의 불을 지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INFORMS에서 내 주요 관심사는 AI를 활용한 연구 내에서 산업공학의 역할과 방향성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산업공학 연구자들의 AI 관련 연구 동향을 파악함으로써, 나의 연구 방향 설정에도 도움을 얻기를 바랐다. 학부 시절부터 쭉 산업공학을 전공해온 나로서는, 컴퓨터학과 중심의 AI 연구 흐름에서 벗어나 산업공학도의 특색을 반영하는 AI 연구를 추구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개인 연구의 더욱 구체적인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학회 기간 동안 다양한 세션을 통해 여러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었다. 이를 통해 현재 연구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INFORMS에서의 발표는 내가 알던 컴퓨터학과 관련 학회와는 다른 색깔을 보였다. 여기서는 최신 알고리즘과 성능 중심보다는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설득력 있는 알고리즘의 명확한 목적"에 중점을 뒀다. 내 연구에서도 때로는 성능만을 추구하며 큰 그림을 잃어버리곤 했는데, 이번 경험으로 연구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발표를 들으며 표현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청취자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발표는 복잡하고 디테일한 설명보다 훨씬 더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나도 발표를 할 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세세히 발표하곤 했었는데, 이번 학회를 통해 핵심적인 내용을 강조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또, 학회 경험을 통해 영어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학회에서의 연구 의견 교류나 발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어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영어 능력의 차이로 인해 학회에서 얻는 정보와 인사이트의 깊이가 크게 달라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읽기 위주의 영어 능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고, 앞으로 더욱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이번 학회의 발표는 슬럼프 속에 있던 나에게 커다란 전환점을 제공했다. 오랜 시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지속적인 자신감 하락으로 생산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이번 발표는 내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강렬하게 스스로에게 부딪쳐 본 만큼 크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지적 탐구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다시 지펴졌고, 이제 맑은 정신으로 다시금 내가 해야 일에 집중할 있을 같다. 이렇게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신 교수님께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