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휼륭한 인생을 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서로 싸우고 시기하고 작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곤 한다. 지난 주 미국 유학시절 과 교수였던 조지아텍 Jim Dai 교수가 한국에 학회차 방문했다가 조지아텍 산업공학과 졸업생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성사된 저녁식사겸 모임이 있었다.

조지아텍 산업공학과 교수 수가 60명이 넘기 때문에 사실 수업을 듣지 않고 같은 분야가 아니면 모든 교수를 알기란 쉽지 않았다. Jim Dai교수도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Stochastic 분야에서 젊은 천재 수학자였고 그의 연구실에는 선택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또한 2001년에 위암에 걸렸지만 성공적인 수술 후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나로서는 Jim Dai교수를 본다는 것 보다는 참석할 조지아텍 선후배들을 만날 생각으로 모임에 발걸음을 옮겼다. 

모임장소에서 깡마른 모습에 까무잡잡한 Jim Dai교수는 내가 상상했던 그런 교수가 아니었다. 무엇인가 엄청 많은 일이 그간 있었음을 첫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함박웃음으로 나를 맞으며 언제 졸업했는지... 지도교수가 누구였는지... 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천재 수학자의 예리한 눈빛과 말투가 아닌 넉넉한 시골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Jim Dai교수는 우리에게 호텔에서 제공한 빔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자기의 얘기를 들려 주었다. 

2001년 위암발견까지의 우연치 않았던 일의 연속. 그 당시 위의 100%를 절개하고 십이지장과 소장을 바로 연결해 지금까지도 그 상태로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이가 만으로 39살. 부인과 어린아들이 있고 학문적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한다. 그 때 병실에서 자기와 비슷한 위암 환자를 만났는데 그녀에게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도탄에 빠져있는 Jim Dai교수는 옆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부지런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을 알고 큰 충격(shocking)에 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축제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며 초청장과 축제에 쓰일 음식이며 장소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축제일은 바로 그녀의 장례식이었다고 한다. 1주일 후 그 축제는 진행되었고 Jim Dai교수도 참석하였다고 한다. Jim Dai 교수는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죽음앞에 그토록 편안하고 즐거운 마지막 1주일을 보내게 했는지 궁금히 생각하였고 종교에 귀의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에 나가 세례를 받고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4년 엉덩이 부분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는데 항문근처 대장에 많이 진행된 암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의사로 부터 6개월정도의 삶이 남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다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어린아이와 아내와의 시간, 학교에서의 모든 생활이 너무나 소중히 느껴졌다고 한다. 6개월이 가까이 올 수록 너무 큰 통증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통증없이 지내고 싶어 무리지만 수술을 강행하였다고 한다. 수술을 하여 통증은 어느정도 없어졌지만 시한부 인생에는 변화가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시간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나간 시점부터는 죽음에 대한 아무런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한다. 일주일 후에 죽을 수도 있고 바로 내일 죽을 수도 있었기에 그는 매순간을 감사하며 즐겁게 살려고 했다고 한다. 신앙심은 더욱 깊어졌고 모든일이 수술전보다 더욱 잘 풀렸다고 한다. 

Jim Dai교수는 아직도 살아있다. 죽과 연한 야채밖에 못 먹지만 1년 3-4번 학회출장을 할 정도로 건강히 활동하고 있다. Jim Dai교수 자신도 본인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궁금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한 자기는 현재 여분의 인생 (extra life)를 살고 있기에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Jim Dai교수 얘기 중에 간간히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나왔지만 그에게는 일반 기독교인들이 하는 간증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본인의 얘기를 통하여 선교가 아닌 목적있는 삶을 살라는 내용이었다. 얘기가 끝나고 누구 한명이 현재 아들은 절실한 기독교인이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He sometimes goes to church with us. But I don't think he is a christian. He is now seventeen. I cannot control him. Everything is up to him." 자식에게도 강요하지 않은 그가 오늘 들려준 얘기는 분명 우리에게 아무런 사심없는 진정한 설교였음을 다시금 깨닫게 하였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