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긍정과 부정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흔히는 남의 일에 괜히 참견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조심스럽고 다정한 마음이 숨어 있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자기에게 아무런 이익도 돌아오지 않을 일에 시간과 마음을 쓰는 일이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고마워하지도 않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늘 먼저 손을 뻗는다. 누가 부탁하기도 전에, 누가 필요로 한다고 말하기도 전에 조용히 움직인다. 길가에 놓인 돌멩이를 옆으로 치우고, 아무렇게나 버려진 킥보드를 구석으로 옮긴다. 바람에 쓰러진 배너를 일으켜 세우고,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고민을 먼저 알아채 조심스럽게 상담을 건넨다. 티 나지 않는 작은 행동들이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어쩌면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남을 불편하게 만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세상을 부드럽게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간섭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 마음만은 순수하다. 요즘 MZ세대는 남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시대 속에서, 나는 오지랖을 가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오지랖은 다정한 성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