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10일 오후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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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학회 후기]
오랜만에 참석한 2025 대한산업공학회 추계학술대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발표를 진행한 첫 세션부터 수준 높은 연구 발표들이 이어져, 학회 전체 일정에 높은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한 1박 2일의 학회 일정은 평소 연구실 생활에서는 쌓기 어려운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오랜만에 연구실로 복귀한 입장에서 후배들의 발표와 질의응답을 지켜보며, 그들이 이룬 괄목할 만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했다.
[발표 후기]
발표 제목: 실세계 데이터셋에 강건한 딥러닝 모델 통합 학습 방법론
오랜만의 학회 발표였고, 더욱이 첫 세션에서 진행하는 발표여서 적지 않게 긴장되었다. 다행히 준비한 내용을 무리 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특히 현재 연구 중인 Noisy Label Learning 분야 자체에 대한 청중의 관심이 높았다. 세션 종료 후와 다음 날 학회 일정에서 여러 참석자들과 명함을 교환하며 연구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발표 기회 덕분에 학회를 통해 다양한 연구자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청취 후기]
발표 제목: 유연한 증거기반 딥러닝을 통한 불확실성 정량화
(Uncertainty Estimation by Flexible Evidential Deep Learning, NeurIPS 2025)
발표자: 윤태성 박사과정, 김희영 교수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딥러닝 모델이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의료진단 등 고위험 산업 분야에 적용될 때, 가장 큰 문제는 모델이 잘못된 예측을 하면서도 높은 확신을 보이는 '과신(overconfidence)' 현상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확실성 정량화(UQ) 방법론을 제안했다.
기존 베이지안 방법론은 여러 번의 forward pass가 필요해 계산 비용이 높고, 기존 Evidential Deep Learning(EDL)은 단일 forward pass로 효율적이지만 Dirichlet 분포 가정의 제약으로 복잡한 시나리오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한계가 있었다. 발표자는 통계학의 Flexible Dirichlet 분포를 UQ 분야에 최초로 도입한 F-EDL을 제안했다. 이는 Dirichlet의 장점인 conjugacy와 tractable moments를 유지하면서도 다중모드 분포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NeurIPS 2025 accept 논문답게 이론적 깊이와 실용적 기여가 균형 있게 담긴 우수한 연구였다. 통계학의 고전적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효율성과 견고성을 동시에 달성했으며, 긴 호흡의 연구를 탄탄한 이론적 배경으로 완성해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발표 제목: Causal Discovery in Multistage Process
발표자: 정준섭 박사과정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Industrial Statistics Laboratory)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등 현대 제조 공정은 대부분 여러 단계를 거치는 다단계 시스템이다. 각 단계의 출력이 다음 단계의 입력이 되는 계층적 구조로 인해 공정 변화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외부 변동의 경우, 공정 자체를 개선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본 연구는 이러한 다단계 공정에서의 인과 발견 문제를 다루었다.
기존 LINGAM 기반 방법론과 LAHME 같은 계층적 잠재 구조 식별 방법은 계층이 깊어지거나 잠재 변수가 많아질수록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한계가 있었다. 발표자가 제시한 3단계 시뮬레이션 예제에서 LAHME가 실제 구조를 거의 복원하지 못한 결과는 기존 방법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제안된 방법론의 핵심은 단계별(stage-wise) 인과 발견 프레임워크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잠재 교란 변수가 없으므로 DirectLINGAM을 사용하고, 두 번째 단계부터는 "이전 단계의 입력 변수 = 현재 단계의 hidden common cause"라는 통찰을 활용한다. 산업 AI를 단순한 응용 연구가 아닌 이론적 확장을 통해 접근한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발표 제목: From Agentic AI to Physical AI: 제조 AI의 미래와 도전
발표자: 강필성 교수 (서울대학교)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자율 제조'를 구현하려는 연구였다. 특히 현장 작업자 친화적 설계와 도메인 특화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데모 프로그램의 완성도 높은 UI를 통해 국가 연구 프로젝트의 꼼꼼한 수행 과정이 잘 드러났다.
발표 제목: 양자 컴퓨팅 튜토리얼
발표자: 김창욱 교수 (연세대학교)
김창욱 교수의 양자 컴퓨팅 입문 강의는 양자역학과 양자 컴퓨터의 핵심 개념을 초심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탁월하게 풀어낸 세션이었다. 큐비트, 얽힘, 초전도회로 등 기초 물리 개념부터 시작하여 현실적인 예시와 함께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특히 수십 년간 강의로 단련된 뛰어난 전달력 덕분에 피로한 오후 일정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유머와 탁월한 강의력, 그리고 학문에 대한 열정이 깊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킨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