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14일 오후 12:10
- 조회수: 76
김성범 교수님
협동
미국 초등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협동이다. 첫째도 협동, 둘째도 협동이다. 한국 학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합창, 오케스트라, 스포츠, 버디 프로그램, ‘스틱 투게더(Stick Together)’와 같은 협동 활동들이 개인 활동보다 우선시된다. 물론 학업에 대한 개인평가도 있었지만, 그 결과는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학업 경쟁의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일부 인도나 중국 출신 학생들이 예외적으로 경쟁심을 보이긴 했다.) 오히려 학생들은 경쟁심보다는 협동심을 기르는 데 더 열중하는 듯했다. 학부모들끼리 만나면 학원 이야기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에서 자녀가 맡은 역할이나 새로 시작한 축구팀의 코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만 앞날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그러나 좋은 대학의 수가 몇 개 없다 보니 피 터지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런 사회에서 아무리 협동의 가치를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진정한 협동을 요구받을 때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남을 이겨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12년 동안 주입 받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협동심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 아닐까? 물론 우리 사회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쉽게 바뀌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수사회에서도 진정한 협동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학과 교수들 사이에 오히려 더 협력이 없다.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협동심을 발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협력은커녕 싸움박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 아닌가. 다른 사회 분야는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지만, 대학 사회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다.
Seoung Bum Kim. All Rights Reserved. No part of this document may be cited or reproduced without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