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을 떠날때...


처음 모습과 끝 모습 둘 다 중요하지만, 굳이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난 끝 모습을 택한다. 사실 많은 사람이 시작할 때는 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차이가 크게 없지만 끝 모습은 차이가 크다.

여러 명의 대학원생이 졸업을 하며 우리 연구실을 떠났다. 이때 보이는 모습에 참 차이가 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정도 거의 매일 보면서 지낸 사이이기 때문에 그들이 보였던 행동은 흐믓하기도 때론 안타깝기도 하다.

졸업해서 (취업해서) 연구실을 떠날 때는 다음과 같이 행동하면 좋을 듯하다. 


1. 취업이 되었다면 그 소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다. 어떤 졸업생은 우연히 만난 김에 취업 소식을 알리면서 돌아서는데 기분이 묘했다. 가장 좋게 기억되었던 사례는 먼저 이메일로 감사의 표시와 함께 취업 사실을 알리고 다시 정식으로 찾아와서 자세한 내용을 들려준 경우이다.


2. 연구실 떠나기 최소한 3일 전에는 본인이 쓰던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졸업을 했는데도 자리를 그냥 두고 시간 될 때 와서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은 참 이기적이다. 어떤 경우에는 마시던 커피잔도 그냥 두고 컴퓨터도 그냥 켜둔 채 연구실을 떠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경우 남아 있는 교수나 후배들은 수년간을 동고동락한 제자나 선배에게 자리를 정리하라고 예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3. 떠나기 1-2일 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예의를 차려 지도교수를 방문하고 그간 지도해 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 비록 일주일 전까지는 슬리퍼 차림에 편안한 복장으로 교수와 허물없이 연구에 대해 예기를 한 경우라도 그때만큼은 깔끔한 복장으로 (5-6년 전 처음 교수를 만나던 그때와 같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다. 이때 제본한 학위논문을 지도교수에게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


4. 학위논문을 전달할 때에는 짧게나마 교수님에게 손 편지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 가끔 연구실 정리를 하다가 제자들의 손편지를 볼 경우가 있는데 그때 손 편지의 내용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진다.


5. 졸업 후 취업을 하건 새로운 곳으로 진학을 하건 1-2주 내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소식과 함께 지도교수께 안부 연락을 하면 좋다. 아마 대부분 지도교수들은 제자들이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는지 무척 궁금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