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해본 아르바이트는 예식장에서 음식을 나르는 일이었다. 주로 묵직한 뚝배기에 담긴 갈비탕을 손님들에게 나르는 일이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데다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해서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꽤 힘들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받은 일당은 2만 원이었다. 내 힘으로 처음 번 돈이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2만 원을 보여드리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부모님께서는 고생했다며 웃으셨고, 처음으로 돈을 벌어온 아들이 나름 대견하신 듯했다.


저녁을 먹고 혼자 방에 있는데 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많이 힘들지는 않았느냐고 물으시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그날 한 일이 분명 힘든 일이지만, 특별한 기술이나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라고 하셨다. 젊은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도 받을 수 있는 돈이 2만원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일이 얼마나 힘드냐와 그 일에 얼마의 보수가 주어지느냐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더 말씀하셨다.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다른 사람이 쉽게 대신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대가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네 시간을 단순히 돈과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능하다면 그 시간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이 쉽게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데 썼으면 좋겠다.”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땀 흘려 일해서 처음으로 내 힘으로 돈을 벌어왔는데, 왜 아버지는 돈을 벌었다는 사실보다대체 가능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시는지 살짝 서운하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 말씀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은 노력의 양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일하고 극한 환경에서 누구보다 힘들게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보상은 때로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희소한지,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얼마나 쉽게 대신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일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의 가치가 낮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날 예식장에서 내가 했던 일 역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수고가 결코 가벼운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가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은 직업의 귀천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내 시간을 어디에 투자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당장의 보상을 위해 시간을 쓰면 그날의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어떤 시간은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훗날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사색하고, 경험하고, 실패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자신만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쌓는 시간이 그렇다. 그런 시간들이 쌓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넓어지고, 다른 사람이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나만의 영역이 생긴다돌이켜보면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이나 무엇을 위해 왜(Why) 열심히 할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말씀이었다.


그날 내가 번 2만원은 오래전에 사라져 어디에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2만원과 함께 배운 생각은 아직도 남아 있다. 처음으로 노동의 대가를 손에 쥔 날, 나는 돈을 버는 법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 내 시간을 계속해서 누군가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일에만 쓰지 말 것.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능력과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할 것. 그리고 언젠가는 단순히 많은 시간을 일해서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에 맡길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


점점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면서 살지, 눈 앞에 이익만 좇으면서 살지 너무 늦지 않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