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TI F T는 사람의 성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재미있는 대화 소재로 자주 활용된다. 특히 T는 감정보다 논리와 사실을 중시한다는 특징 때문에, 누군가의 고민이나 어려움에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을 두고역시 T라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T 성향과 실제 공감능력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농담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그만큼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공감능력은 단순히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능력이 아니다. 공감이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는 능력이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저 사람에게는 왜 이 일이 중요할까?’, ‘저 사람에게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며 나의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시선으로 때때로 상황을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공감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상대방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언제나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때로는 불만이나 짜증으로, 때로는 침묵이나 무관심으로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기도 한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지금 위로를 원하는지, 해결책을 원하는지, 가만두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 역시 중요한 공감능력이다. 결국 좋은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헤아리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자신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자연스럽게 남 사정보다 나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보다 내 경험과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어쩌면 공감이 어려워진 것은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라기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까지 헤아릴 여유가 부족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감능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기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에 따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감은 선천적인 성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자신이 직접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면서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폭은 넓어질 수 있다. 특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과 생각을 접하는 과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이는 여행과 독서를 통한 직간접 경험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공감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판단보다 이해를 먼저 하는 습관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행동을 보면서 쉽게왜 저렇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질문을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까?”로 조금만 바꾸어 보면 전혀 다른 시각이 열린다. 행동의 옳고 그름에 동의하는 것과 그 행동을 하게 된 이유(Why)를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공감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의 생각에 동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 그것이 공감의 출발점이다.


공감은 거창한 행동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해결책부터 제시하기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것, 내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감정을 단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에도 한 번쯤 상대방의 자리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상대방의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의도와 필요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이 더해진다면 공감의 깊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런 작은 습관이 반복되면 공감은 단순한 성격이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능력이 된다. 결국 공감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MBTI
F인지 T인지는 하나의 성향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유형인가가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이다. 공감능력은 타고나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배우고 연습하며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어쩌면 메마르고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AI시대에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가는 능력뿐 아니라, 잠시 멈추어 옆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사람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행복은 상하(
上下)가 아니라 좌우(左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