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3월 18일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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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지난 3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직후라 그런지 행사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과 학계의 인사들이 많이 초청되어 연설을 진행했다. 행사의 목적이 학술적인 지식의 교류가 아니라 거시적인 기술의 발전 방향을 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세하고 세부적인 학술적 지식을 배우진 못했지만, 초청된 인사들의 통찰력과 전략을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연사들의 발표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큰 배움을 얻었던 발표들을 중심으로 후기를 정리해 보았다.
1. The future of Cognitive Computing, Watson (연사: Rob High)
IBM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시스템 Watson을 기획하고 발전시켜가고 있는 Rob High CTO의 발표였다. Watson은 몇 년전 Jefferdy 퀴즈쇼에 나와서 최고의 인간 우승자들을 꺽고 왕중왕이 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Watson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과 소통하며, 인간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Watson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놀랐던 점은 단순히 인간이 어떤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었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Watson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언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감정, 내재적 의도, 느낌 등 감성적인 부분까지도 이해하는 기술이 탑재되어 있었다. 이전까지 언어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문장을 분해해서 사용된 단어와 문법 구조를 파악해서 의미를 이해하고 감성 분석이 추가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Watson의 진보된 기술들을 보니 정말 놀라웠고, 신기했다. 최근 Watson은 인간의 언어뿐만 아니라 시각 능력에서까지 이와 같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Rob High는 'Cognitive systems amplify human congnition'이라는 말로 요약해서 표현했는데 이 말에 깊은 통찰력이 담겨있는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우리의 인지능력을 사용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인간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초원의 독수리들보다 멀리 보지 못하고, 개들보다 잘 듣지 못하고 냄새도 잘 못 맡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는 박쥐보다 사물을 잘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새로운 Cognitive System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인지능력의 한계를 보완해 줄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가 미처 놓칠 수 있는 감성적인 인지 능력과 직관적 인지 능력까지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직관적 인지 능력을 모델링해서 인간보다 훨씬 정확하게 만들 수 있었던 부분에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바둑을 둘 때 승리의 확률과 다음 착수점에 대한 확률을 직관적으로 판단하게 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모호할 때가 많다. 바둑 용어로 '맛이 좋다', '모양이 좋다' 등의 승리에 대한 직관을 묘사한 표현들이 주는 애매함 만큼이나 실제 바둑 기사의 머리 속에도 애매한 판단이 이뤄진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러한 애매함을 좀 더 정교하고 수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즉 직관적 인지 능력이 amplify된 것이다. 이번 알파고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amplify한다는 것은 인간 사회에 큰 도움과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되고 관련해서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싶어졌다.
2. Building an Artificially Intelligent and Socially Engaging Conversational Agent (연사: Wei-Ying Ma)
Microsoft의 Chit-Chat 프로그램인 Xiaoce에 대해서 Wei-Ying Ma 아시아 리서치 부소장이 발표를 했다. 이 Xiaoce는 인간과 자연스럽게 채팅할 수 있는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채팅 데이터들을 수집해서 학습시킨 후 대화가 필요한 인간들에게 자연스러운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서비스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심심이라고 하는 채팅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와 유사한 것 같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어떻게 보면 이 서비스는 단순히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이지만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과 채팅을 하는 Xiaoce는 Exo에 대해서 사람이 물어보면 Exo사진을 찾아다 주고, 관련한 음악도 자동으로 소개해 준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인간이 친구에게 소개하듯이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인 것 같다. 이를 응용하면 이러한 플랫폼에 광고 서비스를 결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에게 나 지금 이가 좀 시리고 아픈 거 같아. 어떻게 하면 좋지? 라고 얘기를 했을 때, 이가 시리가 아플 때 필요한 서비스 중에서 광고 계약을 한 서비스에 대해서 먼저 제안을 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Google이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인터넷 광고 플랫폼을 지배해 왔는데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Xiaoce와 같은 인공지능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지금의 검색 광고는 키워드만을 추출해서 보여주는데 그치고 있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은 사용자 현재 위치, 물리적 상태 외에도 심리적인 상태까지도 고려해서 정보를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시장이 어떻게 형성될 지 굉장히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Wei-Ying Ma 부소장은 이러한 모든 프로그램이 Big Data에 의해서 Written 되었다고 하는 재미있는 통찰을 제공하였다. 이전까지 컴퓨터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코딩된 프로그램에 기반해서 사람들을 도와줬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이 코딩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데이터에 의해서 코딩된 프로그램들이 사람을 도와줄 것이며, 그 와중에 사람이 개입되면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또 자동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생각했던 개념이긴 하지만 참 멋지게 표현을 한 것 같다. 'Intelligent software written by Big Data' Big Data 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해 컴퓨터 스스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창조해 가는 미래가 어떻게 변화해 갈지 기대된다.
3. The problem of intelligence: Today's science, tomorrow's engineering (연사: Tomaso A. Poggio)
MIT의 Poggio 교수님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학문적으로는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였던 것 같다. 이 연설에서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은 현재의 인공지능 연구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부분이었다. Poggio 교수님은 현재 인공지능의 한계점으로서 너무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간의 경우 아이들이 학습하는 과정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단 몇 가지의 사례들만 가지고도 쉽게 학습을 한다. 가령 예를 들어 고양이와 강아지를 한 마리씩만 데려다가 알려주더라도 충분히 다른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해내는 능력을 학습한다. 하지만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들은 빅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수십, 수만장의 사진들을 컴퓨터에게 보여주면서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켜야만 인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뛰어난 수준의 분류 성능을 보여준다. 이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딥러닝 모델이 인간의 뇌를 모사해서 만든 모델이라고 하는데 실제 인간이 학습하는 과정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학습이 이뤄지는 것이다. Poggio 교수님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성능은 괄목할만 하지만 인공지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학습과정과 뇌 활동 과정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지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 연설의 제목도 Today's science, Tomorrow's engineering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최근 딥러닝이 대세가 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이를 응용한 기술이 나오고 있다. 딥러닝을 잘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고, 한편으로는 Poggio 교수님과 같은 관점을 가지고서 인간의 학습 활동을 좀 더 잘 반영하는 모델을 고민해보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